내 이름은 구다빈이다.

2020. 8. 23. 03:07누구세요?/나는

 


 

 

내 이름은 구다빈이다. 

 

 

 

초등학생 때부터 나서기를 좋아했고, 교과서를 읽을 때에는 욕심이 나서 손을 번쩍 들었으며, 반장 자리는 늘 탐이 났다.

(보편적인 이미지의) 외동으로 자란 아이 치고 친구들과 꽤 잘 지냈으며, 괜한 정의감과 의협심이 커 소위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에게 특히 마음이 갔다. 때로는 그들과 어울린다는 이유로 같이 따돌림당하기도 하였으며, 그냥 나를 싫어해서 따돌리는 친구들도 있었다. 그들에게 나를 왜 싫어하냐 물으면 '그냥 비호감'이라고 했다. '그냥' 이라는 표현이 그 당시에는 충격이 꽤 컸다. 근데 지금은..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다. 나도 요즘 툭하면 '그냥' 저냥 한다. 어린 친구가 조숙했나보다. 그때부터 그냥의 법칙을 적용하다니.

 

 

 

한국 학교에서는 함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. 종이 울리기 직전에 질문을 하다가는 날카로운 눈치에 몸이 찔린다. 교과서의 문학 작품을 너무 이입해서 읽어서도 안된다. 물음표든 느낌표든 나열 형태로 읽어야 하며, 말의 높낮이를 변형할 시 꽤나 유명인사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. 뒤에서만.

선생님께 너무 밝게 인사해서도 안되며, 목소리가 너무 크면 둘 중 선택해야 한다. 더 크게 낼 수 있도록 반을 장악하거나 아니면 뒤에서 유명해지거나.

 

 

나는 뒤에서 유명했던 것 같다.

 

 

 

 

 


 

 

 

 

 

 

학창 시절 나름 남자아이들과는 꽤 쿨하게 잘 지냈다고 생각했는데, 자세히 떠올려보니 그것도 아니다.

 

 

 

한 번은, 남자아이에게 "때려 봐!" 하고 덤비다가 정말 복부를 세게 맞아서 쓰러진 적도 있다.

 

또 한 번은, 좋아하는 아이와 짝꿍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자꾸 내게 장난을 치더라. 그게 너무 좋은데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, "(책상에 펜으로 선 긋고) 여기 선 넘어오면 다 자를 거야!"라고 엄포했고, 용기 있는 그 멋쟁이는 바로 넘어왔다. 그 용기와 박력에 흥분한 나는 침을 뱉었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(..) 사실이다. 너무 즐겁고 기쁜 나머지 마음이 주체가 안되어 침을 뱉었다. 이대로 마냥 꺄르륵거리기에는 이상한 자존심이 있었나 보다. 아니 그냥.. 좀 이상한 애다. 이대로 나만 설레고 말 순 없었달까. 좀 더 센 한 방이 필요했다. 흑흑..(뼈저리는 중)

 

 

 

 

 

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구다빈의 대명사가 되었다.

구다빈은 구다빈이다.

 

 

 

왜 그랬지? 그때부터 누가 나를 성 붙여서 부르면 그렇게 상처였다. 야, 구다빈. 야 구다빈!

나 다빈이라고 불러주면 안 되나? 왜 이렇게 정 없이 구다빈이라고 부르는 거야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이제와 생각해본다.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그게 상처였던 이유는, 구다빈이 대명사여서가 아닐까?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뭔가..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집합체를 일컫는 말.

 

 

'구다빈'